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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입 윌리엄스 -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이번 글에서는 줄리 입 윌리엄스의 책 '그 찬란한 비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에 대한 감상을 쓰고자 한다.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국내도서
저자 : 줄리 입 윌리엄스(Julie Yip Williams) / 공보경역
출판 : 나무의철학 20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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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결장암 4기에 걸린 작가 줄리의 암 투병기이다. 그 과정 속에서 줄리는 자신의 병을 마주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감정과 생각의 변화가 어떠했는지 솔직하고 정직하게 글로 표현하였다.

 

글을 통해 알게 된 줄리는 정말 용감하고 솔직한 사람이고, 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나는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시기는 자신의 약점과 기회를 빼앗아가고, 나와 관련되지 않는 타인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 속에서 줄리는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었다. 암을 처음 마주할 때는 암한테 결코 패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죽음에 가까워져 갈 때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보다 치료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으면서도, 삶을 포기하려는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에필로그에서는 줄리의 남편인 조시가, 줄리의 사후에 대해 짧게 글을 남기며 책을 마무리한다. 에필로그마저도 솔직함 그 자체였는데, 아마 솔직한 줄리를 지지하는 남편이었기에 이런 글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다. 아래는 조시의 솔직함과 공감이 갔었던 대목이다.

 

줄리가 떠나고 몇 주, 몇 달이 지나자 묘하게 삶이 가벼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중략) 이런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드디어 나와 미아, 이사벨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되어 약간의 행복과 기쁨마저 느꼈다. 이런 감정을 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봄이 오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면서 나는 이런 과정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376 페이지)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외할아버지가 23살인가 24살 그즈음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내가 10살 때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셨다. 그 후로 돌아가실 때까지 청년이었을 때의 본인의 기억에 갇혀 살으셨고, 타인의 도움 없이는 걷지 못하셨으며, 무엇보다도 갓난아이처럼 기본적인 욕구만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들었던 나의 생각은, '이제 다 끝났구나' 였다. 그간 식구들이 간병과 수발하는 것을 지켜본 나는 그런 과정이 끝났고, 또 가장 힘드셨을 외할머니에게도 자유가 찾아오는구나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죄책감을 일으키긴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엄마가 알면 화내시려나?

 

조시와 그의 가족이 함께한 5년간의 힘겨웠던 줄리의 투병 생활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남아있는 그들만의 미래를 계획하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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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덕분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 장애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방법, 자신에게 솔직하고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진솔하게 대하는 방법도 배웠지. (22 페이지)

 

여행 중에 인연이 닿은 사람들은 모두 내게 각기 다른 삶, 생각, 존재 방식을 깨우쳐주었고 결과적으로 내 의식을 풍요롭게 하고 영혼을 어루만져주었다. (63 페이지)

 

아무리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불안해진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짊어져야 할 몫일 것이다. (11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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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날을 며칠 더 늘리는 것보다 존엄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요. (226 페이지)

 

암이나 암 치료로 인한 육체적 고통 혹은 장애를 제외하면 내 꿈을 가로막는 것은 암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암에 대한 두려움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굴복해버린 정신이다. (중략)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할 정신이 없으므로 현재의 일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23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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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다보면 죽어가는 사람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죽음 곁에서 죽음과 교감하며 죽음으로 위안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243 페이지)

 

계속 살아가는 게 용감한 것일까 아니면 그만 사는 게 용감한 것일까? 내가 떠나주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곁에 머무는 게 더 큰 사랑일까? 난 아직 모르겠다. (290 페이지)

 

아옌데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묘사했다. "(중략) 내 과거는 별 의미가 없다. 어떤 질서도 명확함도 목적도 길도 없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우회하며, 본능에 의지해 나아가야 했던 눈먼 여정에 불과하다. 내 과거에는 계획이 없었고 오로지 선한 의도와 내 걸음걸음을 결정하는, 희미하지만 더 큰 설계가 있었을 뿐이다." (308 페이지)

 

아마 가족들과 친구들 중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로 대단한 모험,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여행을 제일 먼저 할 사람이 나인 것 같다. (324 페이지)

 

줄리가 떠나고 몇 주, 몇 달이 지나자 묘하게 삶이 가벼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중략) 이런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드디어 나와 미아, 이사벨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되어 약간의 행복과 기쁨마저 느꼈다. 이런 감정을 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봄이 오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면서 나는 이런 과정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37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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